시 지상(地上)의 기도 …송명희
년도별/예술문학비평
2021-07-10 06:47:43
지상(地上)의 기도 …송명희
나의 기억이 가물가물해져도
바람에 흔들리는
달빛을 밟으며 살면 참 좋겠다
만일, 만약에 그렇게 되더라도
뒤뜰에 놀러 나온 고양이처럼 사뿐사뿐
한 발씩 내디디며 놀면 참 좋겠다
기억이 점점 사라진다면
멈출 수 없는 내리막길도 모르고
숨 가쁘게 올라야 할 언덕도 볼 수 없이
세상은 오로지 한 점의 순간뿐이겠지
그런 날이 없기를 기도하다가
“열매 맺을 썩을 것으로 심고” 에서 걸린다
나는, 희생 없는 열매만 생각했기에
“썩지 않을 것으로 다시 산다” 에서 또 걸렸다.
나는, 영원히 사는 것을 지상의 삶처럼 생각했기에
지금, 이 순간에도
욕망의 핏줄인 육신이 힘을 잃어가는데
부질없이 “그리해주세요” 뿐